[비즈&라이프] 오진수 삼화페인트 대표 "신문은 경영 동반자…매일 한 시간씩 밑줄 치며 정독"
매일 아침 서울 종로구 삼화페인트 사옥의 대표이사 집무실은 ‘출입금지’다. 이 회사 오진수 대표(57·사진)가 취미생활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오 대표는 매일 아침 주요 경제지와 종합일간지 등 조간신문 6개를 읽는다. 대강 훑어보는 수준이 아니라 연필을 들고 기사에 밑줄을 치며 꼼꼼히 읽는다. 이렇게 신문을 다 읽어야 하루 일과를 시작할 수 있다.

오 대표는 신문을 읽는 시간엔 결재도 미룬다. 출장 때문에 신문을 못 읽게 되면 비서는 출장기간에 배달된 신문을 모아둔다. 그는 출장에서 복귀한 뒤 쌓인 신문을 다 읽고 직접 버려야만 직성이 풀린다. 나중에 더 읽고 싶은 기사는 오려서 노트에 붙여 스크랩한다. 이런 공책이 수십 권이다.

신문 읽기는 오래된 취미이자 습관이다.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집안 형편이 기울어 어린 나이에 신문 배달을 했다. 신문에 눈을 뜬 건 그때부터다. 그는 “새벽녘 눈을 비비며 신문보급소(지국)에 들어서면 갓 도착한 신문의 잉크 냄새가 훅 풍겼다”며 “신문을 돌리면서 개에게 물려 고생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오 대표는 “요즘 젊은이들은 스마트폰이나 PC로 기사를 많이 읽지만, 그러다 보면 중요한 내용을 놓칠 수 있다”며 “신문은 다이내믹한 지성이 담긴 종합 콘텐츠”라고 말했다. 신문은 ‘경영 동반자’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거의 매주 주말 골프를 친다. 골프장에선 카트를 타지 않는다. 걸으면서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이러다 보면 며칠간 골치를 썩던 문제의 해법이 불쑥 떠오르기도 한다.

오 대표는 “골프는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정직한 운동”이라고 말했다. 고등학생 때 몸무게를 여전히 유지하는 것도 골프 덕분이다. 실력은 싱글 수준이다.

삼화페인트는 올해 설립 70주년을 맞은 국내 대표적인 페인트 제조업체다. 한국 기업으로는 처음 도료 생산공장을 설립해 한국 페인트산업을 출발시켰다. 현재 건축용 페인트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다.

삼화페인트는 앞으로 신성장동력 찾기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인도에 현지법인을 설립했고, 컬러 인테리어 전문 계열사 홈앤톤즈를 통해 일반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페인트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오 대표는 “국내 시장이 정체상태여서 어려움이 크지만, 이런 때야말로 미래에 펼쳐질 진검승부를 위해 철저히 준비해야 할 시점”이라며 “얼마 전 신입사원을 17명 뽑는 등 인력 투자도 꾸준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