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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주 따르던 양팔 로봇, 도장 자동화 로봇 선두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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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관리자 조회조회 : 42회 작성일 2025-12-01 17: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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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마젠타로보틱스 제공)

 

“회사를 세운 지 올해로 10년이 됐습니다. 처음에는 양팔 로봇으로 폭탄주를 따르고 삼겹살을 굽고, 커피까지 내리는 실험을 했었죠.”

 

대전에서 만난 권기현 마젠타로보틱스 대표는 지난 10년을 이렇게 회상했다. 지금은 분체도장·자동차 보수도장·조선·건설 등 산업 현장을 겨냥하는 표면처리 자동화 기업이지만, 출발점은 산업용 로봇과는 거리가 있었다. 폭탄주 파티 로봇에서 선박 블록 도장 로봇으로 이어지는 여정은 길고 험난했다.

 

“10년 전에는 양팔 로봇으로 폭탄주를 만드는 퍼포먼스를 했습니다. 실제 파티 자리에서 사람들에게 계속 따라주고, 삼겹살도 굽고 커피도 내리는 등 방송에도 꽤 나갔죠.”

화제성은 컸지만, 곧 “이걸로 어떤 사업을 할 것인가”라는 현실적인 고민이 따라왔다. 그는 당시 식기세척 로봇과 안마 로봇도 함께 구상했다. 그러나 투자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IR 자리에서 식기세척 로봇을 설명했더니, 50대쯤 되어 보이는 투자자분이 ‘설거지를 왜 로봇이 해? 그건 그냥 여자들이 하는 거 아니야’라고 하더군요. 당시엔 그런 인식이 많았고, 투자도 쉽지 않았습니다.”

가사 노동 자동화가 시장과 문화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던 시기였다. 회사는 3~4년 동안 여러 시도를 했고, 폭탄주 로봇·식기세척 로봇 이후에는 마사지 로봇으로 방향을 돌렸다. 세라젬과 약 3개월 동안 공동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최종 데모를 보신 세라젬 회장님이 ‘아직 갈 길이 멀다, 10년 투자해도 상품성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 말을 들은 그는 방향 전환을 결심했다. 피벗의 단서는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나왔다.

 

“‘극한직업’ 같은 프로그램을 보는데 도장 작업자분들이 너무 고생을 하시더라고요. ‘이 일을 로봇이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마침 로봇진흥원에서 관련 지원 사업이 있어 분체도장 로봇으로 국가과제를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도장 분야에 들어왔습니다.”

도장은 자동차·가전·조선 등 대부분의 제조업에 필수 공정이지만, 동시에 고위험·고강도 작업이다. 대형 자동화 기업들은 완성차 생산라인처럼 규모가 큰 현장을 주로 겨냥해 왔다.

“자동차 도장라인 시장은 이미 큰 기업들이 잡고 있습니다. 글로벌 톱은 듀어, 국내에는 두림야스카와가 있고요. 제네시스급은 듀어, 그랜저급부터는 거의 두림야스카와가 담당하죠.”

이들이 맡는 수천억 단위의 대규모 라인 구축과 달리, 마젠타로보틱스의 목표는 그 아래 단계였다.

 

“우리는 1차 벤더나 부품 업체, 공업사에서 진행하는 보수 도장이나 다품종 소량생산 영역을 보고 있습니다. 대기업이 들어오지 않는 빈틈이죠.”

그 결과 퍼시스 가구의 분체도장 라인을 구축했고, 현재도 책상·테이블 다리 부품 등을 로봇이 도장하고 있다. 2022년 도입 이후 약 4년째 사용 중이다.

지난 10년 동안 권 대표가 집중한 핵심은 ‘사람이 잘하는 도장 동작을 로봇이 어떻게 배울 것인가’였다. 단순한 경로 프로그래밍이 아니라, 작업자의 노하우를 통째로 데이터로 만드는 과정이다.

“도장은 한 번만 하는 게 아니라 여러 번 반복합니다. 속도, 자세에 따라 동작이 달라요. 그 변화까지 제어하는 기술을 연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마젠타는 텔레오퍼레이션과 시뮬레이션을 결합한 도장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 작업자가 실제로 칠하면 로봇이 이를 그대로 따라 하고, 궤적을 3D 경로로 저장한 뒤 편집해 최적화된 모션을 만든다.

“도장 모션을 만들어도 수정이 필요하잖아요. 편집·시뮬레이션 기능을 갖춘 소프트웨어가 많지 않아 저희가 직접 개발했습니다. 로봇팔, 지지대, 스프레이 타입, 티칭 장비, 소프트웨어까지 묶어서 패키지로 판매 중입니다. 지난달부터 판매했고 이미 3세트 정도 출하됐습니다.”

그 위에서 권 대표가 제시한 개념이 ‘피지컬 AI’다.

 

“우리가 겨냥하는 시장은 다품종 소량생산입니다. 농기계 부품처럼 연간 300개 정도 들어오는 제품도 있고, 전동카트 커버는 연 1500대 정도 생산해 한 달이면 끝나기도 합니다.”

디자인이 조금만 바뀌어도 자동화를 다시 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작업자의 도장 모션을 그대로 캡처합니다. 노하우를 데이터화해 비슷한 패턴의 제품이 나와도 ‘이런 표면은 이렇게 칠한다’는 걸 로봇이 스스로 판단하도록 하는 거죠.”

그가 그리는 마지막 단계는 초기 설정 포함 ‘완전 자동화’다.

 

“카메라가 표면을 보면 바로 ‘이렇게 칠해야 한다’고 판단해 자동으로 칠하는 겁니다. 단순한 형태는 내년부터 가능할 것으로 보고, 복잡한 자동차 부품도 데이터만 확보되면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마젠타로보틱스는 공정 라인에 머무르지 않고 지하주차장, 아파트 외벽, 조선소 선박 블록 등 실내·실외 3차원 공간으로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SLAM 기술만 6~7년 연구했습니다. 드론이 위치를 파악하듯, 로봇도 어디를 칠했고 어디를 겹쳐 칠해야 하는지, 표면 굴곡이 어떤지 인식해야 하거든요.”

조선 현장에서는 선박 블록 외벽을 칠하는 겐트리 로봇, 도장을 벗겨내는 블라스팅 로봇 등을 시뮬레이션부터 실증 테스트까지 진행했다.

다만 하드웨어는 여전히 숙제다.

 

“우리는 소프트웨어가 강점이라 모바일 베이스나 방폭 로봇 같은 하드웨어는 외주를 주거나 모듈을 사용합니다. 협업을 하고 싶지만 아직은 직접 제작해 보여주는 단계입니다.”

요즘 로봇 시장의 중심이 휴머노이드로 옮겨가고 있지만, 권 대표는 도장 분야는 휴머노이드가 진입하기 어렵다고 본다.

“방폭 문제도 있고, 자화가 되면 도료 표면에 영향을 줘 도장이 잘 안 되기 때문에 휴머노이드는 맞지 않는 시장입니다.”

 

용접과 도장의 차이도 강조했다.

“용접은 이동식 로봇이나 거미 로봇으로 많이 시도하지만, 도장은 구조적으로 다른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는 도장·표면처리를 “휴머노이드와 겹치지 않는, 장기적인 자동화 시장”으로 본다.

“자동차 래핑이나 색상 변경 수요도 늘었고, 전기차 개조 과정에도 도장이 들어갑니다. 이런 곳은 전문 라인을 깔기 어렵기 때문에 한두 대씩 로봇 도장을 의뢰하는 시장이 커질 수 있습니다.”

권 대표는 웃으며 “요즘 아들과 세차를 자주 하는데, 언젠가는 세차도 로봇으로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마젠타로보틱스는 내년 매출 목표를 50억~100억 원으로 잡고 있다.

“고정형 FAST 솔루션 약 30대 공급을 예측하고 있습니다. 삼성중공업 겐트리 타입 방폭 도장 시스템은 2~3세트 수주 시 약 30억 원 규모가 될 것으로 봅니다.”

앞으로도 방폭 인증, 실제 도장 현장의 유지관리, 도료 공급 등 해결해야 할 요소는 남아 있지만, 지난 10년의 축적에 대한 자신감도 크다.

“도장이 어려운 일을 누구보다 잘 알게 됐습니다. 필요한 기술이 대부분 개발된 만큼 ‘도장은 우리가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그는 내년 초 “도장기 피지컬 AI 넘버원”을 목표로 글로벌 시장 진출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